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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 Kim
2025. 7. 15.
결제는 했지만, 기억은 나지 않는
사람들은 오늘도 플레이하지 않을 게임을 사고, 접속하지 않을 서비스를 구독한다. 당신의 매출은 실제 이용이 아닌 '망각의 반복' 위에 세워졌을지도 모른다. 이제 LTV는 고객 충성도를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고객이 ‘해지하는 걸 포기한 기간’일 뿐일 수도 있다.
수익을 만드는 무관심: 스팀과 구독경제의 민낯
전 세계 1억 명 이상이 사용하는 스팀 플랫폼에서, 구매한 게임을 단 한 번도 실행하지 않은 이용자가 전체의 절반을 넘긴다. 소비자는 ‘언젠가 할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을 사며, 그 가능성은 '경험' 없이도 결제를 유도하는 마케팅에 최적화되어 있다.
게임만의 문제가 아니다. 넷플릭스, 어도비, 피트니스 센터 멤버십까지—사람들은 자주 쓰지 않는 서비스를 구독하고, 해지 방법을 몰라서 그대로 둔다. 이 불편함 하나로 '방치'가 회사의 수익이 된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가 '클릭 한 번으로 해지'를 강제하는 법안을 밀어붙이자, 수많은 SaaS 기업이 로비에 나섰던 이유다. 고객의 무관심은 리스크가 아니라, 이제는 중요한 매출처 중 하나다.
활성화 없는 LTV는 환상이다
대부분의 LTV 모델은 이렇게 계산된다: 고객이 서비스에 머무는 시간 × 지불 금액. 하지만 그 머무름이 진짜 만족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단순히 카드명세서를 확인하지 않았기 때문일까?
창업자와 VC가 이 질문을 놓치는 순간, 모래 위에 지은 수익 구조가 보이게 된다. 고객이 결제를 인지하는 순간, 더 싸고 투명한 대안이 등장하는 순간, 무심했던 고객은 언제든 ‘관성’을 깨고 떠난다. 당신의 수치는 견고해 보여도, 해지 버튼 하나에 무너질 수 있다.
고객이 ‘기억’하는 브랜드만 살아남는다
고객을 억지로 붙잡는 시대는 끝났다. 억지로 붙잡는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돌아오게 만들어야 한다. 고객의 기억 속에 자연스럽게 남아 반복적으로 선택받는 브랜드만이 다음 라운드에 진출할 수 있다.
당신의 매출은 진짜인가?
‘언플레잉 경제’는 만연해있다. 무수한 SaaS, OTT, 구독 서비스, 그리고 심지어 금융 상품에 이르기까지—고객의 무관심을 수익화하는 능력을 경쟁력이라 착각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내가 이걸 왜 쓰지?’를 자각하고 있고, ‘해지’ 버튼에 손을 올리고 있다. 진짜 성장은 고객이 시간을 쓰게 만드는 데서 시작된다. 당신의 제품은 지금, 누군가의 기억 속에 살아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