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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창업자는 토사장이 되어야 한다 - 2

모든 창업자는 토사장이 되어야 한다 - 2

You Kim

2025. 12. 8.

생존은 유난하지 않다 

오늘날 많은 스타트업은 투자금에 의존하며 적자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화려한 오피스와 복지에 취해 있으면서, 흑자 전환을 미루는 것을 성장스토리라고 부른다. 반면, 토사장에게는 보여주기식 경영, 화려한 브랜딩, 감동적인 스토리텔링은 존재하지 않는다. 퍼스널 브랜딩이 아니라 생존에만 집착하고, 유명해지는 대신 계속해서 ‘지금 돈을 쓸 사람’만 찾아다닌다. 

스텔스 모드: 유명세는 독이다 

토사장은 필연적으로 스텔스 모드이다. 대중에게 알려지는 것은 곧 수사기관의 표적이 됨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반면 많은 창업자는 제품이 완성되기도 전에 언론 보도를 내고, 인플루언서가 되기를 갈망한다. 그러나 이는 경쟁자에게 자신의 패를 보여주는 결과를 낳기도 하고, 검증되지 않은 가설을 시장에 드러내 불필요한 노이즈를 만드는 실수이기도 하다.

GeeksforGeeks는 스텔스 스타트업을 '제품이나 서비스 정보를 대중과 경쟁자로부터 숨긴 채 비밀리에 운영되는 기업(operating in a secretive manner)으로 정의하며, 이러한 전략이 지적 재산 보호와 런칭 전 보안 유지를 가능케 하여 경쟁사의 모방을 막고, 시장 진입 타이밍을 주도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유의미한 시간을 벌어준다고 설명한다.

초기 스타트업에게 외부의 과도한 관심은 독이 될 수 있다.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쏟아지는 피드백, 투자자의 성급한 간섭, 그리고 미디어의 왜곡된 시선은 제품의 본질을 쉽게 흐린다. 스텔스 모드는 이러한 잡음을 차단하고, 오직 고객과 매출이라는 두 가지 신호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준다.

핵심은 단순하다. 유명해지는 것에 집착하는 순간, 살아남는 것에는 집중할 수 없다.

오디언스가 아닌 '플레이어'를 찾아라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가능한 많은 사람에게 브랜드를 노출하려 애쓴다. 반대로 토사장의 핵심 생존 전략은 아이러니하게도 ‘불필요한 대중에게 노출되지 않는 것’이다. 이들은 고객을 왕으로 모시기보다, 경우에 따라 잠재적 리스크로 본다는 태도에서 출발한다.

그들의 전략은 끌어들이고, 골라내고, 숨고, 차단하는 편집증적인 과정의 반복이다. 불법 도박을 원하는 고관여 유저만 집착적으로 걸러내고, 관심이 없거나 단순 호기심에 접근하는 유저, 위험할 수 있는 일반인에게는 철저히 모습을 감춘다.

1) 의도적인 접근성 제거와 마찰

토사장은 무차별적인 광고를 하지 않는다. 대신 도박 니즈가 확실한 사람들이 검색할 만한 키워드를 선점하거나, 텔레그램 같은 폐쇄형 채널로만 유입을 유도한다. 타겟을 ‘설득해야 하는 대중’이 아니라, 이미 베팅할 준비가 끝난 소수로 극단적으로 좁혀 전환율을 끌어올리고, 동시에 불필요한 노이즈를 줄이는 방식이다.

일반 서비스가 이탈률을 줄이기 위해 회원가입 절차를 간소화할 때, 토사장은 반대로 가입 과정에 마찰을 심어 놓는다. 소개가 아니면 가입을 받지 않거나, 까다로운 인증 절차가 수반되기도 한다. UX 관점에서는 최악의 설계지만, 그들에게는 수사기관·경쟁사·단순 호기심 유저를 걸러내는 필터다.

2) 안티 마케팅과 ‘나쁜 트래픽’ 차단

일반 기업은 CS 비용과 평판 리스크를 감수하면서도 KPI를 맞추기 위해 핏이 맞지 않는 고객까지 무리해서 받아들인다. 토사장은 반대다. 이들은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블랙리스트 DB(악성 유저 및 수사기관 의심 계정)를 참고해 조금이라도 의심스러운 회원을 초입 단계에서부터 걸러낸다.

이 방식은 ‘모든 트래픽이 같은 트래픽은 아니다’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표면적인 지표의 크기보다 건전성을 우선시하는 태도는 무리한 확장 시도로 마진을 갉아먹는 많은 스타트업이 새겨야 할 마진 방어 전략이기도 하다.

이 생존 방식은 합법적인 비즈니스에도 똑같은 질문을 던진다.
"누가 당신의 제품을 가장 절실히 원하는가?”

많은 스타트업이 니즈가 애매한 대중을 설득하느라 마케팅 예산을 태울 때, 토사장은 ‘머리에 불이 붙은 사람’만 집요하게 찾아낸다. CAC 효율화와 높은 LTV는 결국 대중성에서가 아니라, 타겟팅의 정교함에서 온다는 사실을 이보다 더 노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도 드물다.

고객과 수익에 대한 집착

‘모든 창업자는 토사장이 되어야 한다'는 명제가 그들의 불법적인 운영 방식을 답습하라는 뜻은 아니다. 핵심은 태도에 있다. 고객 타겟팅과 수익에 대한 비정상적인 집착, 보여주기식 매스 마케팅에 대한 극단적인 기피야말로, 대표병에 걸린 창업자들이 반드시 가져와야 할 태도다.

허영 지표에는 한계가 있다. 회사를 구원하는 것은 화려한 브랜딩 행사나 인플루언서의 언급이 아니다. 오직 실질적인 수익만이 기업을 살린다. 초기 창업자가 집중해야 할 숫자는 인스타그램이나 스레드 좋아요 개수가 아니라, 오늘 통장에 찍힌 매출과 내일 다시 찾아오는 고객의 리텐션이다.

보이지 않는 영역에서의 고객 확보도 마찬가지다. 모든 마케팅 성과를 데이터로 추적할 수 있다는 믿음은 착각이다. RadiumOne에 따르면 콘텐츠 공유의 84%는 개인 메신저나 폐쇄형 커뮤니티 같은 ‘다크 소셜’에서 발생한다. 인스타 좋아요 숫자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특히 신뢰가 핵심인 B2B 시장일수록 의사결정권자들은 공개된 광고가 아니라 업계 사람들끼리의 폐쇄적인 평판 조회에 훨씬 더 의존한다.

유난한 도전은 일단 살아남은 자의 특권이다. 가용한 모든 합법적 수단을 동원해 이 숨겨진 경로를 뚫고, 실제로 결제까지 이어질 진성 고객을 집요하게 찾아내야 한다. 

토사장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최소 노출로 최대 수익을 추구하는 그들의 집착과 효율성은, 퍼스널 브랜딩에만 바쁘게 매달리는 일부 창업자들이 반드시 배워야 할 업의 본질이기도 하다.
‘오늘 입금 알림이 울릴까’만 신경 쓰는 토사장의 심정으로 사업에 임하면, 그것이 실제로 당신을 살려 줄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