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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 Kim
2025. 12. 16.
검색창에 키워드를 입력하고, 파란색 텍스트 링크를 눌러 웹사이트로 이동하던 낭만적인 ‘Discovery-to-Destination‘ 시대는 끝났다.
인터넷은 ‘Intent-to-Action(의도-실행)‘의 시대로 이동하고 있다. 빅테크는 더 이상 과거 구글이 그랬듯 사용자들을 당신의 사이트로 보내주지 않는다. 그들은 트래픽을 자신들의 인터페이스 안에 가두고, 소화하고, 증발시킨다. 당신의 웹사이트 트래픽이 설명할 수 없는 이유로 정체되었다면, 그건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 게임의 규칙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는 AI 에이전트가 있다. 오늘날 제로 클릭(Zero-Click)과 앱 리스(App-less) 환경에서는 사용자가 웹을 탐색하는 것이 아니라, 에이전트가 웹을 합성하고 실행한다. 지난 25년 동안 웹세계의 기본 원소였던 링크 이코노미(Link Economy)는 이제 끝나간다.
제로 클릭: 친절할수록 가난해진다
‘제로 클릭‘은 검색 결과 페이지에서 답을 즉시 얻어 사용자가 웹사이트를 방문하지 않는 현상을 의미한다. SparkToro와 Datos의 2024년 제로 클릭 검색 연구(2024 Zero-Click Search Study)에 따르면, 미국 구글 검색의 58.5%가 단 한 번의 클릭도 없이 종료되었다. 과반수의 사용자가 검색 결과 페이지에서 AI가 요약해 준 답변에 만족하고, 원래 정보가 담긴 웹사이트에는 방문조차 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는 웹사이트 링크가 ‘목적지‘라는 가치를 상실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는 동시에 트래픽 디커플링을 야기한다. 과거에는 콘텐츠의 품질이 높고 검색 의도에 부합할수록 트래픽 보상이 따랐다. 하지만 AI 검색 엔진에서는 당신의 콘텐츠가 논리적이고 명확할수록 AI는 그것을 더 완벽하게 요약해서 사용자에게 떠먹여 준다.
즉 콘텐츠의 품질이 좋을수록 트래픽은 오히려 감소한다. 사용자의 만족도는 올라가지만, 창작자의 보상 기회(광고 노출, 가입 전환)는 박탈당하는 것이다.
Google Disco: 앱 리스 인터페이스의 습격
생성형 인터페이스(Generative Interface)는 더 파괴적이다. 정적인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고 실행하는 시대에서, 사용자의 의도에 맞춰 즉석에서 생성되고 사라지는 앱 리스 인터페이스의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구글의 Disco, OpenAI의 Atlas, 오페라의 Neon을 보면, 웹 브라우저는 뷰어에서 실행기(Executor)로 진화하고 있다.
Google은 Disco를 ‘현대적인 웹 브라우징과 구축을 재상상하기 위해 설계된 발견 도구(Discovery Vehicle)‘라고 정의한다. Disco의 핵심인 ‘GenTabs‘ 기능은 Gemini 3 모델을 활용하여 사용자가 열어둔 탭과 채팅 기록을 분석, 이를 하나의 통합된 맞춤형 인터랙티브 앱으로 변환한다. 예컨대, 당신이 도쿄 여행을 위해 항공권 사이트, 날씨 예보, 환율 정보, 라멘 맛집 블로그 등 10개의 탭을 열어두었다고 가정하자. 예전 같으면 이 탭들을 오가며 정보를 머릿속으로 조합해야 했다. 하지만 Disco는 이 모든 탭을 흡수해, 즉석에서 ‘도쿄 여행 플래너‘라는 일회용 앱을 생성해 낸다.
사용자는 이 합성된 인터페이스 안에서 정보를 소비하고 예약을 마친다. 원본 데이터를 제공한 블로그나 여행 사이트는? 그저 백엔드에 존재하는 데이터베이스로 전락한다. 앱 리스 시대의 도래다. 정적인 앱은 죽고 사용자의 의도에 따라 찰나의 순간에 생성되고 폐기되는 유동적 인터페이스만이 남는다.
이는 브라우저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Spotify가 도입한 ‘프롬프트 플레이리스트‘는 사용자가 텍스트 프롬프트를 입력하면 AI가 맞춤형 플레이리스트를 생성해 주는 기능이다. 이는 사용자가 직접 곡을 검색하고 선택하는 탐색 과정을 AI가 대신 수행하는 것으로, 음악 큐레이션 영역에서도 사용자의 능동적 선택(클릭)이 AI의 추론으로 대체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필연적 존재가 되거나, 사라지거나
단순히 정보를 긁어모아 보여주는 ‘애그리게이터‘나, 얇은 기능 하나로 연명하던 ‘유틸리티 앱‘ 스타트업에게 이것은 사형 선고나 다름없다. ‘최저가 항공권 비교 앱‘은 더 이상 필요하지 않게된다. 브라우저가 사용자 의도를 읽고 즉석에서 항공권 비교 인터페이스를 생성해 버리기 때문이다. 화려한 UI는 이제 AI가 0.1초 만에 복제할 수 있는 껍데기에 불과하다.
애플리케이션이 이 영구적인 ‘제품‘이 아니라, 필요할 때 생성되고 버려지는 ‘일회용품‘이 된 세상. ‘제로 클릭, ‘앱 리스‘의 시대에 스타트업이 살아남는 길은 명확하다.
당신은 AI가 1초 만에 생성할 수 있는 기능을 팔고 있는가? 아니면 AI조차 의존해야 하는 무언가를 팔고 있는가? 사용자가 당신의 앱을 켜야 할 이유는 사라지고 있다. 이제 당신이 증명해야 할 것은, 당신이 없으면 AI도 답을 낼 수 없다는 필연성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