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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의 사치재화: 배우지 않고 소비한다

지식의 사치재화: 배우지 않고 소비한다

Chaey Rhee

2025. 12. 24.

온라인 교육 플랫폼의 양대 산맥인 Coursera와 Udemy가 25억 달러 규모의 합병을 발표했다. 이번 합병은 Udemy 주주들이 보유 주식 1주당 Coursera 주식 0.8주를 받는 방식이다. 양사가 현금 유출을 최소화하면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려는 의도를 드러낸다. 

합병의 가장 큰 배경은 시장 환경이다. 팬데믹 기간 동안 급증했던 온라인 강의 수요는 B2C 부문을 중심으로 급격히 둔화되었다. Coursera와 Udemy 모두 주가가 고점 대비 80% 이상 하락한 상태에서, 양사는 규모의 경제를 선택한 것이다. 합병 후 2년간 약 1억 1,500만 달러의 비용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에듀테크 산업은 ‘지식의 넷플릭스’라는 낭만에 사로잡혀 있었다. 월 구독료만 내면 무제한으로 강의를 시청할 수 있는 모델이 정석이었다. 그러나 ChatGPT와 같은 생성형 AI가 등장하며 누구나 무료로, 즉각적으로 맞춤형 지식을 얻을 수 있는 시대에 정적인 지식 콘텐츠는 그 효용을 잃었다.

보는 것은 배우는 것이 아니다

엔터테인먼트와 교육의 소비 심리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엔터테인먼트는 콘텐츠에 대한 수동적 소비를 추구한다. 사용자가 소파에 누워 끊임없이 콘텐츠를 소비하게 만든다. 한편, 교육에서 수동성은 학습의 적이다. 학습은 인지적 부하를 요구하며, 적극적인 참여와 고통스러운 사고 과정을 수반한다.

넷플릭스의 추천 알고리즘은 사용자의 취향을 분석하여 다음에 볼 영화를 끊임없이 제안함으로써 체류 시간을 늘린다. 그러나 교육 플랫폼에서 이러한 알고리즘은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 끊임없이 쏟아지는 ‘필수 강의’는 학습자에게 압박감을 주고, 일종의 번아웃을 유발한다.

그래서 구독형 지식 콘텐츠 모델은 초기에는 높은 가입률을 보이지만, 급격한 사용량 감소와 높은 이탈률을 겪는다. 단순히 강의를 틀어놓는 것만으로는 실질적인 스킬 향상이 이루어지지 않고, 성취감을 느끼지 못한 사용자는 이탈한다.

학습자는 자신의 수준과 목표에 맞는 커리큘럼과 코칭을 필요로 하지, 무작위적인 콘텐츠 추천을 원하지 않는다. ‘당신이 좋아할 만한 강의’라는 넷플릭스식 접근은 ‘지금 당신에게 필요한 처방’이라는 교육의 본질과는 배치될 수 있다. 이는 에듀테크가 콘텐츠 라이브러리 모델에서 벗어나 코칭 모델로 전환해야 하는 근본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Stack Overflow의 실패

‘지식의 넷플릭스’ 실패를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케이스는 개발자 지식 공유 플랫폼인 Stack Overflow의 부진이다. 2022년 ChatGPT 출시 이후 Stack Overflow의 트래픽과 질문 수는 급감했다. 일부 분석에 따르면 질문 수는 고점 대비 90% 이상 감소했다.

이는 사람들이 더 이상 검색하고 탐색하여 지식을 얻으려 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그들은 AI에게 질문하고 즉시 답을 얻는다. 이는 Udemy나 Coursera와 같은 비디오 기반 플랫폼에게도 치명적이다. 10분짜리 영상을 시청하며 특정 개념을 찾는 것보다 AI에게 물어보는 것이 훨씬 빠르고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Stack Overflow의 부진은 지식을 제공하는 모든 지식 플랫폼이 AI에 의해 대체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따라서 에듀테크 시장은 둘로 쪼개질 것이다. 취향과 영감을 파는 '엔터테인먼트 시장'과, 철저하게 성과와 스킬을 만들어내는 '코칭 시장'으로. 어중간한 '지식 도서관'은 설 자리가 없다.

지식의 사치재화: 배움은 이제 신분이다

AI가 단순한 정보 제공자를 넘어 실행(Execution)까지 대체하는 에이전트로 발전하게 되면, 지식 콘텐츠의 기능적 가치는 0에 수렴하게 된다. 인간이 굳이 기능적 지식을 머리에 쌓아둘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지식 콘텐츠는 투자가 아니라, 개인의 취향과 정체성을 드러내는 '사치재'의 영역으로 이동한다. 마치 명품 가방이 수납을 위한 것이 아니듯, 지식 콘텐츠 또한 나의 취향과 정체성을 드러내는 수단이자 뇌를 즐겁게 하는 엔터테인먼트의 대체재로 소비되는 것이다.

이제 ‘무엇(What)’을 배우느냐보다 더 중요한 것은 ‘누구(Who)’에게 듣고, ‘어떻게(How)’ 소비하고, ‘누구’와 함께하느냐이다. 지식 자체는 AI가 더 잘 찾지만, 유대감과 관계는 인간만이 줄 수 있는 가치이기 때문이다. 소비자는 '지식 그 자체'가 아닌 ‘지식을 둘러싼 경험’에 지갑을 열게된다. MasterClass가 파는 것은 스킬이 아니라 성공한 거장의 스토리를 내 것처럼 향유하는 경험이고, Maven이나 Reforge가 파는 것은 커리큘럼이 아니라 수백만 원을 지불할 능력이 있는 그룹에 속했다는 안도감이다. 

에듀테크는 도서관이 아닌 병원이 되어야 한다 

에듀테크의 지난 10년이 '누가 더 많은 책을 보유했는가'를 겨루는 시대였다면, 앞으로의 10년은 '누가 더 정확하게 병을 고치는가'를 겨루는 시대다. 넷플릭스처럼 화려한 썸네일로 가득 찬 강의 리스트는 더 이상 학습자에게 감동을 주지 못한다.

이제 에듀테크가 지향해야하는 것은 학습자의 실질적인 변화다. 단순 콘텐츠 라이브러리 모델에서 벗어나, 학습자의 상태를 정확히 진단하고 처방하는 AI 코칭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전환해야 한다. Degreed는 업무 중 남긴 디지털 흔적을 분석해 실시간으로 스킬을 추론하고 시뮬레이션을 통해 역량을 평가한다. Coursera 역시 Udemy와의 결합을 통해 강의와 통합된 AI 코치를 도입하여 상호작용을 강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