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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y Kang
2026. 6. 17.

기원전 10세기, 지혜로움으로 이름을 남긴 솔로몬은 남의 분쟁 앞에선 신탁 같은 판단을 내렸지만, 정작 자기 왕국은 무리한 공사와 세금으로 무너뜨렸다. 신을 모실 성전에는 7년, 자기가 살 궁전에는 13년을 들였는데, 그 거대한 공사를 굴린 건 강제 노역과 무거운 세금이었고 백성은 결국 등을 돌렸다. 그가 죽고 얼마 지나지 않아 왕국이 둘로 쪼개진 걸 보면, 남을 볼 때 그토록 또렷하던 눈이 자기 앞에서는 끝내 흐려졌던 셈이다.
창업자의 인지적 모순과 솔로몬의 역설
우리는 가끔 스스로 봐도 좀 이상하다. 남의 사업을 들여다볼 때는 머리가 차갑게 돌아가서, 비즈니스 모델이든 거시적인 흐름이든 날카롭게 파고들고 경쟁사의 약점쯤은 단숨에 짚어낸다. 그런데 같은 눈을 자기 사업으로 돌리는 순간 그 예리하던 감각이 어디로 갔는지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무뎌져서, 얼마 없는 리소스를 쓸모없는 마케팅에 흘려보내고 조직을 갉아먹는 잘못된 채용을 그대로 두면서도 정작 그게 이상하다는 것은 잘 느끼지 못한다. 바깥에서 보면 도무지 납득이 안 되는 결정인데 안에서는 다 그럴 만해 보이는, 냉정하게 따지던 분석가와 생존 앞에서 허둥대는 경영자가 한 사람 안에 같이 들어 있는 셈이다. 남의 회사를 볼 때는 천재, 내 회사를 볼 때는 바보. 이런 인지적 결함을 이만큼 정확하게 짚는 말도 없다.
심리학에서는 이런 자기-타인 비대칭성을 '솔로몬의 역설'이라 부르는데, 남의 분쟁은 지혜롭게 판결하면서 정작 자기 왕국은 과도한 노역과 국고 낭비로 무너뜨린 그 모순에서 나온 이름이다. 사람은 남의 문제를 볼 때 심리적으로 한 발 떨어져 상황을 보게 되고, 이때 뇌의 추상적이고 전략적인 사고 영역이 활성화되면서 한계를 인정하고 상대의 관점을 받아들이며 타협점을 찾는 추론이 가능해진다. 반면 자신이 직접 얽힌 감정적이고 위협적인 상황에서는 자기 몰입에 빠져 객관성을 잃는데, 자기 성찰과 관련된 뇌 영역이 과하게 돌아가면서 논리를 담당하는 부분이 둔해지고 문제의 본질보다 당장의 불안에 휩쓸려 방어적으로 굳어버리기 때문이다. 남의 사업을 볼 때는 인과와 상관을 엄격히 갈라내던 판단이, 자기 사업에서는 '우리는 예외'라는 근거 없는 낙관이나 보고 싶은 데이터만 모으는 확증 편향으로 바뀌는 것이다.
내 회사가 남의 것이라면
남에게 쓰는 그 눈을 당신 회사로 돌리는 방법은 단순하다. 당신 회사의 핵심 지표만 한 장에 적고 회사 이름을 지우는 것이다. 매출 추이, 코호트별 리텐션, 번레이트와 남은 런웨이를 로고도 팀 이름도 없이 숫자만 남긴 뒤, 그걸 이번 주에 처음 검토하는 자료라 가정하고 평소 던지던 질문을 그대로 던진다. 이 성장률은 진짜인가, 이 리텐션 곡선은 어디서 꺾이나, 이 매출에서 한 고객이 빠지면 회사가 남나. 당신 회사라는 걸 인지하면 모든 숫자 뒤에 그럴 만한 사정이 붙어서, 그 캠페인은 그때 어쩔 수 없었고 그 채용은 곧 풀릴 거고 이번 지표는 시즌 탓이 된다. 이름을 지우면 그 사정들도 같이 지워지고, 당신이 남의 일이었다면 첫 미팅에서 이미 물었을, 그런데 1년째 스스로는 묻지 않은 질문들만 남게된다.
물론 이름을 지운다고 그게 당신 회사라는 사실까지 잊히지는 않아서, 까다로운 질문이 떠오르는 순간 답도 같이 떠오른다. 매출이 한 고객에 쏠린 건 그 관계가 워낙 좋아서이고, 리텐션이 꺾인 건 지난 분기에 가격을 한 번 올렸기 때문이고, 그 채용을 못 미루는 건 지금이 아니면 그 사람을 놓치기 때문인데, 전부 사실이라 반박하기 어렵다. 진짜 현실적인 제약과 직시하기 싫은 변명은 둘 다 어쨌거나 사실이기에 잘 갈리지 않지만, 같은 이야기를 친구가 들고 왔다고 상상하면 그제야 갈린다. 친구가 '한 고객에 매출이 쏠려 있는데 사이가 좋으니 괜찮다'고 하면 당신은 곧바로 그게 핑계이고 리스크라 생각할 것이다. 친구에게 해줬을 조언을 정작 자신에게는 하지 않고 있다면, 그 현실을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 물어봐야 한다.
솔로몬이 어리석어서 왕국을 무너뜨린 게 아니다. 남의 분쟁을 판결하던 그 지혜가 정작 자기 왕국 앞에서는 작동하지 않았을 뿐이다. 우리가 남의 일을 바라보는 눈은 이미 충분히 날카롭다. 문제는 그 눈을 한 번도 자기 쪽으로 돌려보지 않았다는 것이고, 솔로몬의 왕국이 그랬듯 무너지는 건 늘 안에서부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