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트래픽 디플레이션 시대, '관심'이 가장 비싼 자원이다

트래픽 디플레이션 시대, '관심'이 가장 비싼 자원이다

You Kim

2025. 6. 28.

AI 덕분에 누구나 스타트업을 시작할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사람들의 관심과 주목을 끄는 일은 더 어려워졌다. 이제 비즈니스에서 '관심 자본'은 희소성을 넘어, 누구나 탐내지만 아무나 얻을 수 없는 ‘사치재’로 자리 잡았다. 누구나 창업을 꿈꿀 수 있지만, 결국 살아남는 건 관심 자본을 확보한 기업 뿐이다.

누구나 스타트업을 찍어내는 시대

Henrik Werdelin이 설립한 AI 에이전트 Audos는 '매년 수십만 개의 스타트업을 찍어내겠다'는 계획을 현실화하고 있다. Audos는 AI 기술로 사업 아이디어 발굴부터 고객 확보까지의 전 과정을 지원하여 창업의 진입 장벽을 허문다. 그들은 1~2인의 소규모 기업을 'Donkeycorn’이라고 칭하며, 소규모 창업자들이 짧은 시간 안에 안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Audos는 베타 론칭 후 수백 개의 스타트업을 탄생시켰고, 대부분은 1~2인의 창업자로 구성되어있다.

작은 팀으로 지속가능한 수익을 올리는 마이크로 SaaS는 창업가에게 언제나 매력적인 옵션이다. 문제는 이런 스타트업 공장에서 쏟아진 기업들이 모두 생존할 수는 없다는 점이다. 마이크로 SaaS 창업자 중 월 1,000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비율은 25%를 넘지 못한다. 스타트업은 이미 공급 과잉이 시작됐고, 고객의 시선을 붙드는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있다.

'트래픽 디플레이션', 관심의 비용은 점점 더 비싸진다

전통적인 콘텐츠 플랫폼은 '트래픽 디플레이션'의 늪에 빠졌다. 구글의 AI Overview가 사용자들에게 요약 정보를 제공하면서 더 이상 웹사이트 클릭이 필요 없어졌고, 뉴욕타임스 같은 거대 언론사마저 검색 트래픽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구글은 트래픽 감소를 보상하는 대책으로 ‘Offerwall’을 출시했으나, 이는 기업들에게 사실상 또 하나의 ‘트래픽 세금’이 되는 셈이다.

Image Credits: Google

한편 ‘Momentum is the moat’(추진력이 곧 해자다)라는 모토를 내세운 AI 스타트업 Cluely는 극단적인 마케팅으로 '관심 자본'을 확보했다. 제품 출시도 전에 SNS에서 논란을 일으키는 전략으로 트래픽을 끌어모았고, 결과적으로 제품 없이도 초기 고객과 투자자를 확보했다. Cluely의 사례는 제품 완성도보다 '노이즈를 뚫고 나가는 모멘텀'이 때론 더 강력한 경쟁력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스타트업 공급 과잉 vs 고갈되는 관심

인간의 '관심'이란 유한하다. 스타트업의 공급이 늘수록, 제품에 대한 관심의 가격은 상승한다. 개별 스타트업이 소비자의 관심과 신뢰, 즉 브랜드를 구축하기 위한 비용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앞으로의 스타트업은 고객과의 직접적인 관계를 구축하고 관심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특정 채널(플랫폼)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고, 결국 그것이 사업의 생명줄을 쥐게 된다. 플랫폼을 우회하는 커뮤니티, 뉴스레터 등 고객과의 직접 소통 채널을 확보하는 것은 필수다. 우리는 '창업하기 쉬운 시대'를 빠르게 스쳐지나 ‘관심 자본에 투자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와 마주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