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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End of IPO Dreams?

The End of IPO Dreams?

You Kim

2025. 4. 21.

IPO가 멀어진 날들

상장 예정이던 회사들이 하나둘 멈췄다. Klarna(유럽 최대 BNPL), StubHub(티켓 중개 플랫폼), Stripe. 선택지는 남아 있었지만, 그들은 기다리거나 돌아섰다. 그들이 꺾인 게 아니라 시장이 굳었다.

IPO는 더 이상 성장의 리허설이 아니다. 시장은 높은 밸류에이션보다 낮은 변동성을 원하고, 자본은 빠른 회수보다 긴 잔류를 택한다. ‘상장=엑싯’이라는 방정식이 흔들린다. 그 말은 엑싯 자체가 불분명해졌다는 뜻이다.

VC는 더 이상 ‘언제 나갈지’만 보지 않는다. 이제는 ‘머무를 이유’를 묻는다. 스타트업도 생존이 아닌 지속, 확장이 아닌 내구를 설계하기 시작했다. IPO는 죽지 않았다. 다만 그것이 끝이라는 믿음이 사라졌을 뿐이다.

IPO는 목적지가 아니다

IPO는 더 이상 엑싯을 향한 직선 트랙이 아니다. 결승선도 아니다. 벤처 생태계는 다른 방식의 도달을 실험하고 있다. 패션 브랜드 Bonobos는 월마트에 흡수되었고, 뷰티 브랜드 Glossier는 여전히 독립적이다. 전자는 전략적 매각, 후자는 브랜드 존재감 자가 증식이다. 같은 자본, 다른 귀결.

중요한 건 상장의 여부가 아니다. 어떤 구조로든 영향력을 증명하느냐이다. Stripe는 자본시장을 통하지 않고도 핵심 결제 인프라의 지위를 얻었다. 외부 자금보다 내실을 다진 끝에, 이미 시장의 핵심으로 기능한다.

IPO는 더 이상 ‘언제’가 아니라 ‘왜’가 중심이다. 모든 기업이 동일한 목표를 향해 달릴 필요는 없다. 엑싯은 경로가 아니라 내비게이션 방식 자체를 바꿔버렸다.

문제는 IPO의 구조적 피로

IPO의 침묵을 외부 변수로만 해석하는 건 안이하다. 금리, 전쟁, 규제는 촉매일 뿐이다. 진짜 원인은 IPO의 구조적 피로다.

Klarna와 StubHub의 상장 연기는 관세 정책이라는 표면적 이유로 멈췄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관세’가 아니라 IPO라는 메커니즘이 지나치게 '시장 타이밍'과 외부 변수에 종속된 구조라는 태생에 있다.

뉴스 한 줄, 정책 한 방향에 수십억 달러가 흔들릴 수 있다는 건, 근본적으로 IPO라는 무대 자체가 그 기업을 지탱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는 뜻이다. IPO는 더 이상 기회의 창이 아니다. 심사의 무대다. 타이밍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와 내구성의 문제다.

시장은 예측이 아니라 내진 설계를 요구한다. 지금 IPO를 통과하는 기업은, 외풍이 아니라 내구성으로 증명된 구조물이다.

엑싯은 더 이상 '이벤트'가 아닌 구조다

과거의 엑싯은 일종의 파이널 컷이었다. 스타트업 서사의 절정이자, 자본의 퇴장 타이밍. 그러나 지금은 그 클라이맥스가 사라졌다.

엑싯은 더 이상 시점을 묻는 질문이 아니다. 그것은 구조적 리듬을 어떻게 가져가느냐의 문제로 전환됐다.VC는 이제 회수의 순간보다, 유지 가능한 설계에 자본을 건다. 리스크는 회피 대상이 아니라 내재화해야 할 변수로 취급된다.

IPO든 M&A든, 그것이 도달해야 할 산이라기보다 스쳐 지나가는 경로 중 하나가 된다. 그 길이 클라이맥스가 되기 위해선, 이미 구조가 완결되어 있어야 한다.

엑싯은 이벤트가 아니다. 구조의 부산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