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테크
You Kim
2025. 4. 29.
OpenAI의 확장, 스타트업의 저항
2025년 봄, OpenAI는 빠르게 움직였다.
코딩 툴 스타트업 Cursor(Anysphere) 인수에 실패한 직후, Windsurf를 30억 달러에 사들이기 위한 협상에 들어갔다. Cursor 인수에는 실패했지만, 목표는 변하지 않았다. 앱 레이어, 사용자와의 접점을 통째로 장악하는 것.
같은 시기, OpenAI는 Flex Processing을 발표했다. 속도를 늦추는 대신 요금을 절반으로 낮춘 옵션이다. 표면적으로는 가격 인하지만, 실제 목적은 더 많은 사용자를 OpenAI 플랫폼에 묶어두는 것이었다. 인수, 가격 전략, 그리고 5,000억 달러 규모로 추진 중인 Stargate 프로젝트까지. 모델 레이어를 넘어 앱–가격–데이터를 아우르는 락인 구조가 조용히 완성되고 있었다.
모델 성능은 빠르게 평준화되고 있었다. Google, Anthropic, DeepSeek 같은 경쟁자들이 속도를 높였다. 경쟁의 초점은 모델 품질이 아니라, 사용자가 머무는 앱, 지갑을 여는 가격, 데이터를 저장하는 인프라로 이동하고 있었다.
Cursor 같은 스타트업들이 인수 제안을 거절하고 독립을 고집한 것도 이 변화의 일부다. 지금 팔아버리는 것은 미래 시장 기회를 통째로 넘기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OpenAI는 제국을 만들고 있었다. 스타트업들은 각자 작은 방어선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전장은 세 갈래로 갈라졌다. 앱을 잡는 전쟁. 가격으로 묶는 전쟁. 데이터 인프라를 선점하는 전쟁. 모델은 시작에 불과했다.
OpenAI가 어떻게 각 전선을 밀어붙였는지 살펴본다.
앱 레이어을 장악하라
OpenAI는 처음에 Cursor를 노렸다. ARR 3억 달러, 2개월마다 매출 두 배 성장을 기록한 코딩 보조툴. OpenAI 입장에서 Cursor는 앱 레이어 진입의 최적 지점이었다.
Cursor는 인수 제안을 거절했다. 100억 달러 밸류에이션을 고수하며, 독립적인 성장을 선택했다. Cursor는 알고 있었다. 앱을 넘기면 사용자 락인, 데이터 흐름, 브랜드 포지션까지 OpenAI에 귀속된다는 것을. 단기 엑싯 대신 긴 게임을 택한 결정이었다.
OpenAI는 바로 다음 대상을 찾았다. Windsurf였다. ARR은 약 1억 달러로 Cursor보다는 작았지만, 연간 400%를 넘는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었다. 특히 엔터프라이즈 시스템과의 연동성을 무기로, 개발자 커뮤니티에서 빠르게 입지를 넓히고 있었다.
Windsurf는 Cursor와 달랐다. Cursor가 성장의 독립성을 절대 가치로 삼았다면, Windsurf는 빠른 스케일업과 시장 선점을 현실적 목표로 삼았다. 그들에게 30억 달러라는 제안은 나쁘지 않은 선택지였다. 결국 OpenAI는 Cursor를 놓쳤지만 Windsurf로 우회할 수 있었다.
OpenAI가 굳이 앱을 잡으려는 이유는 명확했다. 모델만으로는 차별화가 어려운 시장 구조 때문이다.
오픈소스 LLM 경쟁은 치열해지고 있었다. Google의 Gemini, Anthropic의 Claude, DeepSeek의 R1 같은 대체제가 쏟아졌다. 성능 격차는 줄어들었고, 가격 경쟁은 심화됐다.
이제 승부는 UI에서 갈리고 있었다. 어떤 앱이 사용자를 오래 붙잡느냐, 어떤 앱이 작업 흐름에 깊게 파고드느냐. 일단 습관이 고착되면 바꾸기 어렵다. UI Lock-in은 모델 스위칭보다 훨씬 강력하다.
OpenAI는 그 점을 정확히 꿰뚫고 있었다.
Cursor의 거절 역시 근거없는 허세가 아니었다. 수백만 줄의 코드 데이터, 사용자 피드백, 개발자 생태계를 스스로 축적하고 있다. 이 자산은 단순한 매출 문제가 아니라, 앱 레이어 장악을 가능하게 하는 네트워크 효과의 씨앗이다.
Cursor의 거절, Windsurf의 승낙은 스타트업들이 단기 엑싯과 독립적인 성장 노선 사이에서 어떻게 전략적으로 선택하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OpenAI가 Windsurf를 품더라도, Cursor 같은 존재들은 독립 생태계의 핵심 축으로 남을 것이다. 그리고 이 균형은 향후 플랫폼 전쟁에서 예상보다 큰 변수가 될 수 있다.
가격으로 묶어라: Flex Processing의 숨은 계산
OpenAI는 앱 레이어를 장악하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같은 시기, Flex Processing이라는 새로운 가격 정책을 내놓았다. 표면적으로는 단순한 요금제 변경처럼 보였다. 기존 가격의 절반 수준으로 API를 이용할 수 있지만, 대신 속도는 느려지고 리소스 가용성은 제한된다.
Flex Processing은 두 가지를 노렸다. 하나, 가격에 민감한 사용자층을 선점하는 것. 둘, 경쟁자들의 시장 침투를 늦추는 것.
2025년 들어 시장 환경은 달라지고 있었다. Google과 DeepSeek은 제각각 저가형 모델을 출시했다. 성능은 상향 평준화되고, 가격은 하향 압박을 받기 시작했다. OpenAI는 Flex로 대응했다. 모델 성능만으로는 점유율을 지킬 수 없는 상황이었다. 결국 가격으로 Lock-in을 시도할 수밖에 없었다.
Flex Processing은 단순한 할인 프로그램이 아니다.
진짜 목적은 종속이다. 가격을 낮춰 진입장벽을 없애고, 느린 응답이라는 trade-off를 감수하게 만들고, 사용자와 시스템을 OpenAI API에 더욱 깊이 연결한다. 특히 Flex는 대규모 데이터 작업이나 비동기 요청에 적합하게 설계됐다. 스타트업, 중소 SaaS, 개발자 생태계를 OpenAI 인프라 위에 얹히게 만들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속도는 조금 느려도 이 가격이면 충분하다"는 심리가 자리 잡으면, 나중에 경쟁 모델로 갈아타는 비용과 수고는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 이것이 Flex Processing의 숨은 목표다.
가격 Lock-in 효과는 단기적으로는 눈에 띄지 않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구조적 종속이 만들어진다. 스타트업은 초기 비용 절감을 위해 Flex를 선택하고, 서비스 로직과 API 호출 구조를 OpenAI에 맞추게 된다. 이후 모델을 바꾸려면 전체 백엔드를 다시 설계해야 하는 상황에 빠진다.
물론 이 효과가 강할수록 벗어나려는 저항도 진화한다. 흐름은 두 갈래다.
하나는 오픈소스 모델 채택. LLaMA, Mistral, DeepSeek 기반 오픈소스 모델을 자체 파인튜닝해 운영비용을 낮추려는 시도다. 다른 하나는 하이브리드 모델 구축이다. 미션 크리티컬한 요청은 OpenAI 상용 API를, 비핵심 대량 처리 요청은 오픈소스 모델로 분산하는 방식이다. 단일 벤더 의존을 피하려는 멀티모델 아키텍처 전략이 고려될 수 있다.
스타트업과 기업들도 "가격만 따라가면 나중에 발목 잡힌다"는 사실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플랫폼은 가격만으로 지배되지 않는다. 다음은 데이터다.
데이터를 지배하라
앱을 장악하고, 가격으로 묶은 다음. 마지막으로 남는 것은 데이터다.
OpenAI는 플랫폼을 확장할수록 데이터 통제에 더 많은 힘을 쏟고 있다. 문제는 이 데이터의 소유권이 누구에게 있는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OpenAI는 Stargate 프로젝트를 통해, 전 세계 데이터 인프라를 통제하는 구상까지 내놓았다.
모델을 사용하는 것은 사용자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생성되는 대화 기록, 코드 조각, 사용자 행동 데이터는 누구의 소유인가. 기술적으로는 이 모든 데이터가 OpenAI의 서버에 저장된다. 정책적으로는 서비스 개선, 모델 학습, 기능 설계에 활용될 수 있다.
이 구조는 사용자, 특히 스타트업에게 위험한 딜레마를 만든다. 사용자는 모르는 사이에 훈련 데이터 제공자가 되고, 스타트업은 자사 데이터가 경쟁자의 무기가 되는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 데이터 소유권이 명확히 규정되지 않으면, 플랫폼은 사용자 위에 군림하게 된다.
OpenAI는 약관과 정책 문서를 통해 데이터 수집과 재사용 권한을 규정하고 있다. 별도로 거부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 대부분의 데이터 사용이 허용된다. 최근 도입된 사용자 인증 강화나 사용량 기준 세분화도 단순한 보안 조치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데이터 통제 강화 수단이다.
OpenAI는 또한 API를 통해 수집한 호출 기록, 사용 패턴 같은 부가 데이터까지 분석해 서비스 개선과 수익 모델 확장에 활용하고 있다. 이 모든 과정에서 사용자에게 돌아가는 통제권은 거의 없다.
일부 스타트업들은 이에 맞서 새로운 방어선을 구축하고 있다.
첫 번째 방법은 자체 모델을 훈련해 사용하는 것이다. 직접 학습시킨 모델을 운용해 데이터 흐름 전체를 통제하려는 시도다. 두 번째는 ‘자체 데이터베이스' 구축이다. 클라우드가 아닌 별도 서버 환경을 마련해, 데이터가 외부 플랫폼에 남지 않도록 할 수 있다.
또한 일부 대형 스타트업들은 OpenAI와 별도 계약을 맺어, 수집된 데이터를 신모델 학습에 쓰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협상을 벌이고 있다. "모델 호출 데이터는 훈련에 사용하지 않는다"는 특별 조항을 삽입하는 식이다.
하지만 이런 협상은 자본력과 협상력이 있는 소수에게만 허락된다. 초기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에게는 여전히 일방적인 게임이 이어지고 있다.
OpenAI에 대항하는 생태계 전략
OpenAI의 확장이 본격화되면서, 이에 맞서는 움직임도 구체화되고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OpenAI 출신들이 세운 스타트업들이 플랫폼 독점을 정면으로 문제 삼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Anthropic, Perplexity, xAI. 모두 OpenAI 출신 핵심 인물들이 주도하는 회사들이다.
Anthropic은 ‘안전한 AGI’를 내세워, OpenAI와는 다른 방향으로 대형 모델을 키우고 있다. 2025년 기준, OpenAI 매출 대비 약 1/3 수준까지 따라붙었다.
Perplexity는 검색을 중심으로 독립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자체 AI 엔진 기반 정보 검색 플랫폼을 통해 OpenAI API나 검색 엔진 통제를 우회한다.
xAI는 Elon Musk가 주도하지만, 핵심 인프라 개발은 OpenAI 출신들이 맡고 있다. 최근에는 X를 통째로 인수해, 사용자 데이터와 네트워크 효과를 자체 플랫폼으로 끌어들였다.
이들은 모두 OpenAI 스타일의 중앙집중형 플랫폼 모델을 의식적으로 회피하고 있다.
Anthropic은 훈련 데이터 정책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Perplexity는 자체 서버와 모델을 직접 구축한다. xAI는 소셜 네트워크 기반 데이터 Lock-in을 새롭게 설계하고 있다. OpenAI 제국에 맞서, 제2의 생태계를 독립적으로 키우려는 흐름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Cursor(Anysphere), Windsurf 같은 앱 스타트업들도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구축하고 있다. 대표 전략은 세 가지다.
첫째, 공동 투자 유치. 서로 다른 스타트업들이 투자자 풀을 공유하거나, 전략적 투자자들로부터 동시 투자를 유치해 독립적인 거버넌스를 구축하는 방식이다.
둘째, 데이터 제휴. 단일 플랫폼에 종속되지 않기 위해 서로의 API, 데이터 소스, 사용자 기반을 연동하는 방법이다. 예컨대, 앱 A의 피드백 데이터를 앱 B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상호 연동하는 식이다.
셋째, 오픈 인터페이스 표준화. 다양한 모델과 API를 쉽게 교체할 수 있도록 아키텍처를 설계하는 흐름이다.
결국 이들은 단독으로 싸우지 않는다. 서로 얽히고 연결되면서, 독립 생태계 전체를 키워나가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이 흐름은 투자자들의 전략도 바꿔놓고 있다.
일부 VC들은 단기 엑싯을 목표로 하는 스타트업 대신, 독립적으로 생태계 중심축이 될 기업에 베팅하기 시작했다. 대기업에 조기 매각하면 빠른 수익은 가능하지만, 독립적으로 성장한 플랫폼은 수십~수백 배의 장기 수익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독립성은 리스크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가장 강력한 수익 레버리지다.
"팔지 말고 키워라."
플랫폼 전쟁의 최종 조건
앱, 가격, 데이터. 이 세 가지를 동시에 통제하는 플레이어만이 플랫폼 전쟁의 장기 승자가 된다. 이것이 성공적으로 작동하면 플랫폼은 세 가지 결정적 이점을 얻는다.
경쟁자의 사용자 전환 비용이 급격히 높아진다. 앱에 익숙해지고, 가격에 맞춰 시스템을 구축하고, 데이터를 쌓을수록 다른 플랫폼으로 이동하는 데 드는 시간과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
지속적 수익원이 만들어진다. Flex 같은 가격 전략은 사용자를 비용적으로 묶고, 데이터는 신규 서비스 개발에 필요한 연료를 제공한다. 이는 플랫폼 수익 모델을 더욱 견고하게 만든다.
네트워크 효과가 심화된다. Lock-in된 사용자 기반 위에 더 많은 앱과 서비스가 붙고, 사용자–앱–데이터 간 순환 고리가 스스로 플랫폼을 강화하는 구조를 만든다.
이것이 완성되면, 단순히 ‘더 나은 모델’만으로는 경쟁할 수 없다. 경쟁자는 생태계 전체를 다시 설계해야 한다.
VC업계는 두 가지 플랫폼 전략에 익숙하다.
독점형 플랫폼은 초기 시장 장악에는 유리하다. 하지만 규제 리스크, 사용자 이탈, 생태계 위축이라는 비용을 치른다. 개방형 플랫폼은 다양한 주체를 끌어들이며 확장성을 확보할 수 있지만, 수익성 관리와 품질 통제에 시간이 걸린다.
AI 플랫폼 시장에서는 이 균형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OpenAI는 독점형 전략을 강화하고 있지만, 다른 AI 플레이어들은 개방형 생태계를 지향하고 있다.
플랫폼은 삼중 Lock-in을 일관되게 구축해야 한다. 단기 수익보다 장기 생태계 관리를 우선시해야 한다. 사용자 신뢰를 잃지 않는 투명한 데이터 정책도 필수다. 한편 스타트업은 단일 플랫폼 종속을 피해야 한다. 항상 대체 경로를 준비하고, 오픈소스와 하이브리드 전략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독립성과 데이터 통제권은 초기 계약 단계에서 명확히 확보해야 한다.
AI 전쟁의 승자는 단순히 기술 우위로 결정되지 않는다. 얼마나 견고하게, 얼마나 치밀하게 생태계를 설계했느냐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