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C

테크

스타트업

AI 스타트업의 가치는 Google과 Anthropic, OpenAI가 아직 그 영역에 들어오지 않은 시간만큼만 살아있다.

AI 스타트업의 가치는 Google과 Anthropic, OpenAI가 아직 그 영역에 들어오지 않은 시간만큼만 살아있다.

You Kim

2026. 4. 28.

지난주, Deel의 CEO Alex Bouaziz가 농담조의 트윗을 하나 올렸다. Anthropic의 CEO Dario Amodei에게 보내는 공개 편지 형식이었다.

"오 위대하신 클로드의 아버지여. 페이롤은 저희에게 남겨주세요. 저희는 그저 급여명세서를 처리하고 컴플라이언스 데드라인을 쫓는 단순한 사람들일 뿐입니다. 다만, 저희에게 들어오시려거든 — 미리 전화 한 번 부탁드립니다."

웃자고 한 말이었지만 누구도 웃지 못했다. Bouaziz는 실리콘밸리의 SaaS 창업자 전체가 속으로만 생각하던 것을 처음으로 공개적으로 쓴 사람이 됐다. 자신이 그들에게 빌린 시간 위에 서 있다는 사실의 시인. 그것도 당사자에게 직접. Deel은 페이롤·HR 컴플라이언스 분야에서 기업가치 173억 달러를 평가받은 회사다. 그런 회사의 CEO가 모델 회사의 자비를 구하는 트윗을 올렸다.

두 개의 시계

이 트윗에 누구도 웃지 못한 이유는 오늘날 많은 AI 스타트업들이 존재하고 있는 이유가 결국 ‘파운데이션 모델이 아직 그 카테고리에 진입하지 않아서’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파운데이션 모델은 일종의 확장 중인 행성이고, 그 중력권 안에 들어간 카테고리는 차례대로 흡수된다. 코딩 어시스턴트는 이미 흡수됐다. 그곳에는 Claude Code와 Cursor가 있었는데, Cursor마저 SpaceX의 인수 옵션 안에 들어갔다. 검색 분야에서 Perplexity와 ChatGPT가 부딪혔었고, 이메일은 Gemini가 Gmail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 음성 받아쓰기는 Nothing, ChatGPT, Wispr가 같은 분기에 동시 진입했다. 1년 전만 해도 AI 음성 받아쓰기는 그 자체로 투자 포인트였지만, 지금은 기본 기능에 가까워지고 있다. 페이롤은 아마도 그 다음일 것이다. Bouaziz는 그걸 알고 트윗을 썼다.

여기에 Elad Gil의 오래된 격언이 겹친다. Stripe, Airbnb, Coinbase의 초기 투자자이자 솔로 GP의 표본으로 불리는 그가 No Priors 팟캐스트에서 다시 한 번 그 말을 꺼냈다. "대부분의 회사는 일생에 한 번, 약 12개월의 피크 밸류에이션 구간을 갖는다. 그리고는, 무너진다." Lotus가 IBM에 35억 달러로 팔린 1995년, AOL이 Time Warner와 1,830억 달러 규모로 합병을 발표한 2000년 1월, Broadcast.com이 Yahoo에 57억 달러로 팔린 1999년. 세대를 가르는 수익률을 만든 회사들은 모두 결정적인 12개월 안에 결단을 내린 회사들이었다. 좋은 시절이 더 좋아질 거라고 믿지 않은 사람들. 시장이 자신을 가장 비싸게 평가하는 그 짧은 구간을 기회가 아니라 경고로 읽었던 사람들.

AI 뿐만 아니라 모든 회사에는 이 시간이 있다. 늘 그래왔다. 보통 12개월의 피크 구간은 시장의 시계가 결정한다. 매크로 사이클, 경쟁사 진입, IPO, 금리 환경. 이 변수들은 창업자가 통제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느낄 수는 있는 변수다. 그러나 오늘날, 12개월의 피크 구간은 모델 회사의 로드맵이 결정한다. OpenAI의 다음 릴리즈, Anthropic의 다음 컨텍스트 확장, Google의 다음 Workspace 통합. 당신의 카테고리가 그들의 데모 영상에 등장하는 그 분기, 그게 당신 회사의 피크다. 그리고 그 분기를 당신은 정할 수 없다. 더 잔인한 사실은 그때가 언제인지조차 알 수 없다는 점이다.

AI 스타트업의 카테고리 흡수는 필연

파운데이션 모델은 필연적으로 수직 통합을 전제해야하는 자본구조이다. 한 번의 훈련에 수십억 달러, 데이터센터에 천억 달러 단위의 투자. Anthropic이 Google과 Amazon으로부터 받은 수백억 달러의 컴퓨팅, OpenAI가 SoftBank와 약속한 수천억 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 이 투자를 회수하려면 결국 모든 카테고리를 직접 운영해야 한다. 모델 자체만 팔아서는 회수가 안 된다. API 토큰당 마진은 시간이 갈수록 얇아지고, 모델 가격은 한 분기에 한 번꼴로 떨어진다. 모델 회사가 살아남으려면 모델을 팔아서가 아니라, 모델 위에서 돌아가는 카테고리를 직접 가져야 한다.

이 구조 안에서 AI 스타트업은, 스스로 알지도 못한 채로, 모델 회사의 R&D 부서처럼 기능한다. 시장을 검증해주고, PMF를 찾아주고, 가격을 발견해주고, UX를 다듬어준다. 어떤 프롬프트가 작동하는지, 어떤 워크플로우가 결제를 유도하는지, 어떤 인터페이스가 리텐션을 만드는지. 이 모든 학습이 모델 회사의 비용 없이 진행된다. 검증이 끝나면 모델 회사는 그 카테고리에 진입한다. 수십억 달러의 컴퓨트 자원과 수억 명의 기존 사용자 기반을 가진 거인이, 시장 검증이 끝난 영역으로 걸어 들어온다. 스타트업이 4년에 걸쳐 발견한 PMF를 한 분기 만에 흡수한다.

12개월의 피크 구간은 우연인 것 같지만, 처음부터 정해진 것이다. 명시되지 않았을 뿐. 창업자가 사인한 적은 없지만, 모델 회사는 줄곧 그 조건 위에서 움직여왔다. 급여명세서를 처리하던 Deel이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이 누군가의 무급 R&D 부서였음을 깨닫게 되는 것처럼. 위대하신 클로드의 아버지여, 들어오시려거든 미리 전화 한 번 이라는 Bouaziz의 트윗이 농담이 아니었던 이유다. 그는 자신이 사인한 적 없는 계약의 만기일을 묻고 있었다.

매수자 없는 피크

여기서 한 가지 환상을 정리하고 가야 한다. 12개월의 피크 구간은 결국 엑싯의 타이밍에 관한 문제다. 피크에서 팔아라, 피크가 보일 때 결단을 내려라. 그런데 이번 사이클에는 엑싯의 전제 자체가 조금 다르다.

Gil의 Exit 사례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매수자가 있었다. IBM이 Lotus를 사기 위해 줄을 섰고, Time Warner가 AOL과 합병하기 위해 1,830억 달러의 주식을 풀었고, Yahoo가 Broadcast.com을 위해 57억 달러를 썼다. 피크의 인식은 매수자의 존재를 전제한다. 살 사람이 있어야 팔 수 있고, 팔 수 있어야 피크가 의미를 갖는다. 매수자 없는 피크는 그저 가장 비쌌던 한 시점에 대한 사후적 통계일 뿐이다.

지금 AI 스타트업의 12개월 피크에는 매수자가 없다. 정확히 말하면, 가장 자연스러운 매수자였어야 할 모델 회사들이 매수자가 아니다. 그들은 사지 않고 만든다. 더 싸기 때문이다. Microsoft가 GitHub Copilot을 만들기 위해 OpenAI 지분을 샀고, Google이 Gmail에 Gemini를 통합하기 위해 카테고리 회사를 사지 않았다. 그들은 자체적으로 만들었다. 같은 자원으로 그들은 직접 카테고리를 만들 수 있고, 모델 회사들에게 인수는 가장 비싼 옵션이다. 인수 가격은 회사 가치 + 통합 비용 + 인력 유지 비용이지만, 자체 개발은 한계 비용에 가깝다. 이미 보유한 모델, 이미 보유한 사용자 베이스, 이미 보유한 인프라 위에 한 분기의 엔지니어링만 추가하면 된다.

GitHub Copilot의 시대처럼 거대 플랫폼이 AI 카테고리를 인수해 통합하던 문은 이미 닫혔다. 2023년까지만 해도 모델 회사와 빅테크는 검증된 스타트업을 사들이는 매수자였지만, 2025년을 지나면서 그들의 인수 활동은 카테고리가 아닌 팀에 집중되기 시작했다. Inflection이 Microsoft에 사실상 흡수된 방식. 회사 인수가 아니라 인재 인수였고, 매각 대금은 창업자와 핵심 엔지니어에게 갔지만 카테고리 자체는 매수자가 만들었다. 지분을 가진 일반 직원과 후기 라운드 투자자는 그 거래 안에서 거의 의미 있는 회수를 하지 못했다.

그래서 이번 사이클의 비대칭은 잔인하다. 피크는 있는데, 그 피크에 도달하는 순간 매수자는 사라진다. Lotus의 보드와 AOL의 보드가 직면했던 선택지(지금 팔 것인가, 더 갈 것인가)가 이번 사이클의 창업자들에게는 처음부터 주어지지 않는다. 그들에게 남은 건 더 가는 것뿐이다. 그리고 더 가는 끝에서, 그들을 기다리는 건 인수 협상 테이블이 아니라 모델 회사의 다음 분기 데모 영상이다. 회사는 매각되지 않고, 그들이 있던 카테고리는 사라진다.

지저분함의 해자

그러니 질문을 다시 써야 한다. “내 카테고리가 흡수되는가?”는 잘못된 질문이다. 모든 카테고리는 결국 흡수된다. 시간의 문제일 뿐이다. 올바른 질문은 이거다. "내 카테고리는 모델 회사가 직접 운영하기에 충분히 지저분한가?"

페이롤은 여러 지역의 세법, 노동 규제, 10원의 오차에도 따라붙는 법적 책임, 끝없는 송무 리스크. 컴플라이언스의 늪이다. OpenAI는 이 늪에 들어오지 않는다. 들어올 수 없어서가 아니라 들어오기 싫어서다. 너무 더럽기 때문이다. 모델 회사의 자원으로 페이롤 시스템을 직접 운영하는 것은, 한 번의 컴플라이언스 사고로 회사 평판 전체를 휘청이게 만들 수 있는 도박이다. 한 명의 직원에게 잘못 계산된 세금을 보낸 사고가 OpenAI의 페이롤 사고로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순간, 그들의 핵심 비즈니스인 모델 신뢰성이 손상된다. 그 도박을 하느니, 그들은 페이롤 영역을 Deel에게 양보한다. Bouaziz가 농담조로 던진 트윗에 Amodei가 답을 안 한 것은 무관심해서가 아니라, 그 영역을 건드릴 의지가 정말로 없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반면 글쓰기 어시스턴트는 깨끗하다. 입력과 출력. 그게 전부다. 책임 소재도, 규제도, 인간관계도 없다. 한 번의 실수가 회사를 죽이지 않는다. 잘못된 문장을 생성해도 사용자가 다시 프롬프트를 입력하면 된다. 그래서 Jasper는 ChatGPT 출시 이후 6개월 만에 가치가 폭락했고, Copy.ai는 같은 시기 사용자의 절반 이상을 잃었다. 가장 깨끗한 카테고리가 가장 빨리 사라졌다.

모델 회사가 들어오지 않는 카테고리의 공통점은 규제, 인간관계, 책임 소재, 라이선스, 노조, 보험, 정치, 신뢰의 누적이 필요한 영역, 한 번의 실수가 회사를 죽이는 영역. 요컨대, 모델이 만지기 싫어하는 것들이다.

이 사이클에서 진짜 해자는 모델 회사가 들어오기를 꺼리는 지저분함이다. 더러울수록 깊고, 깊을수록 오래 간다. Stripe가 결제의 더러움(카드 네트워크, 사기 탐지, 환불 분쟁, 국가별 규제) 위에 제국을 세웠고, Palantir가 정부 계약의 더러움(보안 인가, 의회 청문회, 인권 단체의 비난, 다년간의 계약 협상) 위에 시가총액 5천억 달러를 쌓았다. 두 회사 모두 더 똑똑한 회사가 못 만들어서 그 자리에 있는 게 아니다. 더 똑똑한 회사들이 들어오고 싶어 하지 않는 영역에 있어서 그 자리에 있다.

다음 세대의 Stripe와 Palantir는, 모델 회사들이 코를 막고 돌아서는 그 영역에 있다. Anduril이 국방 조달의 더러움을, Ramp가 B2B 결제 컴플라이언스의 더러움을, Carta가 주주명부 규제의 더러움을 가져갔다. 이들 회사는 가장 화려한 데모를 가지고 있지 않다. 가장 지루한 더러움을 가장 일찍 점유한 회사들이다. 그리고 그 더러움의 깊이만큼, 모델 회사가 그들의 영역에 진입하는 비용이 비싸진다.

우리가 보고 있는 것

이번 사이클에서 가장 후회 없는 보고서를 쓸 VC는 가장 지루한 회사에 가장 일찍 베팅한 사람일 것이다. 컴플라이언스 자동화. 노조와의 협상 인터페이스. 의료기관 보험 청구. 부동산 등기. 정부 조달. 제약 임상시험 데이터. 사람들이 ‘이게 어떻게 AI 스타트업이지?’라고 갸웃하는 영역. 데모 영상을 5초만 봐도 지루한 영역. 투자자 미팅에서 설명에 30분이 걸리는 영역. 이런 회사들이 다음 사이클의 생존자다.

똑똑한 창업자가 이기지 않는다. 더러움을 견디는 창업자가 이긴다. 깨끗한 카테고리에 가장 빠른 자본이 들어왔다. 그리고 가장 빨리 사라질 것이다. 이미 그렇게 되고 있다. 더러운 카테고리에 가장 느린 자본만 들어와 있다. 그리고 그 자본만 살아남을 것이다.

AI에서 살아남는 회사는 가장 똑똑한 회사가 아니다. 가장 지저분한 회사다.



Capital, Caffeine, and Cortisol
@tmss.ma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