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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 Kim
2026. 2. 3.
서기 70년, 로마의 황제 베스파시아누스(Vespasianus)는 텅 빈 국고를 채우기 위해 시내 공중화장실에서 수거되는 오줌에 세금을 부과했다. 아들 티투스(Titus)가 ‘어떻게 오물에까지 세금을 매길 수 있느냐’며 비난하자, 황제는 방금 세금으로 거둬들인 금화 한 닢을 아들의 코끝에 들이밀며 말했다.
“맡아 보아라. 이 돈에서 냄새가 나느냐?(Num odore offenderetur?)"
자본의 무윤리성
이 오래된 격언은 2천년의 시간이 흘러 Architect Capital의 회의실에서 부활한다. 많은 사람들이 OnlyFans을 두고 성의 상품화나 도덕적 타락과 같은 논쟁을 벌이지만, 그들의 회의실에는 어떠한 도덕적 열기도 존재하지 않는 것 처럼 보인다. 그들에게 OnlyFans는 단지 규제 리스크가 높은 난해한, 동시에 연간 16억 달러의 매출을 올리는 매력적인 현금흐름의 자산인 듯하다.
자본주의가 고도화될수록 인간의 정신은 Blasé(무관심한 태도)를 띠게 된다. 단순히 대상을 무시하거나 방치하는 게으름이 아니라, 대상이 가진 고유한 성질, 성스러운 것이든, 음란한 것이든, 혹은 비극적인 것이든 상관없이 그것을 오직 ‘얼마인가’라는 관점에서 바라보는 태도이다. Architect Capital이 OnlyFans를 바라보는 시선은 이러한 무관심이라 할 수 있다.
전통적인 도덕관념 안에서 성 산업은 기피해야 할 비윤리의 영역으로 치부되어 왔다. 하지만 엑셀 시트 위에서 OnlyFans의 크리에이터들은 마치 중장비 리스 계약 처럼 데이터로 재구성된다. 트랙터가 흙을 갈든, 크리에이터가 욕망을 자극하든, 누군가의 눈엔 그저 현금흐름일 뿐이다.
자본은 때로 도덕적 색채를 난해하다는 용어로 탈색시킨다. Architect Capital은 OnlyFans 인수가 포르노에 대한 투자가 아니라, 금융 소외 계층인 크리에이터들에게 핀테크 인프라를 제공하는 대의명분을 말한다.
돈은 모든 사물의 질적 차이를 지워버리고, 끊임없이 흐르는 등가물의 흐름 속에 띄워 보내는 가장 강력한 평등 기제이다. 인간의 가장 본능적인 욕구인 리비도가 트랙터의 가치와 나란히 놓일 때, 비로소 자본주의의 ‘무윤리’는 완성된다. 베스파시아누스가 오줌에 세금을 매기듯, 누군가는 인간의 원초적 욕망에서 수익을 추구한다. 그리고 베스파시아누스의 말처럼, 그 수익에서는 정말로 아무런 냄새도 나지 않는다.
양지화를 위한 면죄부
OnlyFans 딜은 아직 진행형이지만,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지 가늠하기 위해 2023년 Pornhub를 인수했던 Ethical Capital Partners(ECP)의 사례를 복기해볼 필요가 있다.
ECP는 Pornhub를 인수할 당시 회사명에 윤리(Ethical)를 박아 넣고, 전직 경찰과 변호사를 경영진으로 영입했다. 그들은 성 산업의 도덕적 리스크를 인정한 뒤, 컴플라이언스와 검열 시스템을 도입해 그 부담을 희석하려 했다. ‘우리가 관리하고 있으니, 이 비즈니스에서 나오는 수익은 안전하다’는 메시지를 통해 투자자들이 느낄 도덕적 부담을 덜어준 것이다. 즉 시장에 대한 일종의 면죄부를 주려했다.
OnlyFans 역시 유사한 ‘양지화’의 흐름 위에 서 있다. 그들이 도덕적 설교를 늘어놓을지, 아니면 비즈니스 논리로만 접근할지는 미지수다. 다만 적어도 ECP가 닦아놓은 길을 따라 OnlyFans를 '투자 가능한 자산'으로 변모시키는 데 주력할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차이가 있다면 그 세련됨의 정도일 것이다. ECP가 ‘비윤리적인 것을 윤리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접근으로 시장을 설득했다면, Architect Capital은 한 발 더 나아가 본질을 도덕에서 금융 인프라로 비틀어버리는 전략인 듯 하다. 그들은 OnlyFans 크리에이터가 성적 방종을 일삼는 자들이 아니라, 제도권 은행으로부터 외면받는 금융 소외 계층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두 사례는 동일하게 자본이 죄의식을 다루는 방식을 보여준다. 인간의 욕망을 제도권의 햇빛 아래로 끌어내기 위해서는 윤리적 감독이 금융 인프라 같은 명분이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리비도 경제
이처럼 자본은 욕망을 심판하지 않는다. 다만 그것이 가장 거침없이 흐를 수 있도록 물길을 틔울 뿐이다. 우리는 흔히 비즈니스가 ‘문제 해결’과 ‘대의명분’의 영역에서 작동한다고 믿지만 가장 거대한 자본은 언제나 이성이 아닌 본능의 영역을 향해 움직인다. 기능적인 필요를 충족시키는 시장은 포화 상태에 이르면 성장을 멈추지만, 결핍과 환상을 먹고 자라는 욕망의 시장에는 천장이 없기 때문이다.
논리는 사람을 이해시키지만, 욕망은 사람을 움직이게 한다. 욕망은 인간이 존재하는 한 결코 고갈되지 않는 무한한 에너지원이다. 언제나 성공하는 모델은 결국 인간의 가장 취약하고도 뜨거운 본성을 인프라 위에 태우는 것이다.
따라서 사회적 규범과 개인의 본능이 충돌하는 그 틈새에서는 기회가 발생한다. 대중이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며 외면하는 곳, 제도권이 평판을 우려해 뒷걸음질 치는 그 지점. 그리고 사회적 금기는 역설적으로 진입장벽이 되어 경쟁자를 배제하고, 그 안에서 아비트라지를 가능케 한다.
우리가 보고 있는 것
리비도 경제가 다른 것들보다 우월하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인간이 존재하는 한 결코 사라지지 않을 이 원초적인 에너지를 불쾌하다는 이유만으로 비즈니스의 영역에서 지워버릴 필요는 없다. 냄새가 난다고 코를 막는 것만으로는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다. 기회는 남들이 더럽다고 코를 막을 때, 그 냄새가 어디서 왔는지 생각하는 것에서 나온다.
OnlyFans의 수익 규모를 생각하면, 그다지 높지 않은 기업가치는 시장이 그에게서 분명한 악취를 맡고 있다는 방증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Architect Capital이 이 딜에 뛰어든 것은 남들이 악취 때문에 코를 막고 돌아선 기회를 노리기 위함이다.
돈에서는 냄새가 나지 않는다. 다만 그 돈을 쥐고 있는 우리가, 인간이라는 존재의 복잡하고도 비릿한 냄새를 잊지 말아야 할 뿐이다.
